기술종속에서 자립으로 가는 첫걸음 견인

모처럼 국내 산업용 레이저 관련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광기술원은 지난 1월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 빛 산업의 메카인 광주에서 ‘2013 산업용 레이저 고도화를 위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광주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개최된 세미나에는 국내외 산업용 레이저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하는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올해로 세 번째 개최되는 이번 세미나는 첫날 ‘Trends of high power laser’를 주제로 국내에 진출하여 활발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세계적 레이저 기업들의 최근 연구 및 제품 동향과 관련 기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 기업으로는 IPG와 Jenoptik, Trumpf, Rofin-Baasel 등이 참여하여 Fiber Laser와 광기술, 레이저 응용기술 등의 정보를 공유했다. 또한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레이저의 군사적 응용’을 주제로 레이저 기술의 응용영역 확장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세미나를 주관한 한국광기술원 레이저-IT연구센터측에서도 그동안 진행된 연구개발 성과와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두 번째 날인 18일에는 ‘International development of high power laser’를 주제로 해외 레이저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들의 고출력 레이저 연구에 대한 동향이 발표됐다. 발표는 미국의 Coherent와 nLight, 영국의 SPI Lasers, 일본의 ILT, 독일의 Jenoptik, Lumera Laser, 중국의 Focuslight Technologies, 리투아니아의 Light Conversion 등 전세계 유수의 기업의 실무 담당자가 초대되어 다양한 신기술 및 최근 연구개발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레이저-IT연구센터 한수욱 센터장은 “현재 국내 산업용 레이저 시장은 해외 레이저 제품에 의존한 응용 시스템 시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향후 해외 레이저 관련 메이저 기업들의 아시아 시장에 대한 지배권 강화가 지속된다면 기술종속에 의한 무역역조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세미나를 통해 국내 레이저 산업의 발전방향을 집중 모색하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광기술원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산업용 레이저 핵심부품, 모듈 기술지원 기반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핵심 사업은 박사급 전문가로 구성된 레이저-IT연구센터가 맡고 있으며, 연구개발 로드맵을 구축하여 산업용 레이저 핵심부품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시스템 업체도 다시 모듈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한수욱
레이저-IT연구센터 센터장

Q 세미나 개최 계기와 그동안 2회를 개최하면서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A 세미나는 2011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3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레이저 관련 세미나는 학계를 중심으로 진행하다보니 초기 R&D 영역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왔다. 그러나 현재의 레이저 패러다임은 산업 응용 기술에 많은 역할을 분담하고 있으며, 독일 등 선진국도 산업계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첫 세미나 개최 당시인 2011년은 새로운 광산업에 대한 요구가 강하던 시기였으며, 수년간의 모니터링을 거쳐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 레이저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옅보고 광기술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관련 산업을 활성화 하고자 산업용 레이저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다.
아울러 국내는 레이저 응용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활성화가 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기반이나 핵심부품 모듈에 대한 기술이 취약했기 때문에 세미나 구성도 이에 맞춰 진행하게 됐다. 첫날은 주로 한국의 메이저 업계 분들이 와서 발표를 진행하고, 둘째날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국제적인 트랜드를 보이는 부분을 발표하게 된다. 이를 통해 산업용 레이저에 대한 트랜드와 배경 지식을 습득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 결과 3회에 걸쳐 매년 300명씩 참석하게 됐다. 올해에는 전회와 비교하여 기술적인 부분에 많은 관심을 두고 진행했다. 참여 기업 관계자 분들도 매년 1월에는 광기술원에 가면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이러한 만남이 무르익어 실제적인 비즈니스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Q 국내 레이저 산업의 문제점이 있다면...
A 현재 시스템 기업의 어려움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부품 모듈기업이 국내에 제품을 가져와 시스템 업체에 직접 공급을 해오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품 모듈은 물론 시스템도 공급하려고 한다. 이는 시스템이 가장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레이저 시스템은 특정 공정에서의 노하우가 녹아들어가야만 제작할 수 있다. 기존에는 국내 생산라인과 맞물려 국내 기업이 시스템 공정 노하우를 통해 공급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외 부품 모듈 공급업체에서 시스템을 직접 공급하고자 하는 의지가 뚜렷하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국내 공정 노하우가 해외 기업에게 오픈되고 있다. 특히 오픈된 공정 노하우는 해외 어느 나라에서나 동종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하여 기술력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 국내 시스템 업체도 다시 모듈개발을 시작해야 한다고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부품 모듈 개발이 준비기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이저-IT연구센터는 ‘늦었을 때 빠르다’는 생각을 하고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가장 빠르게 부품 모듈을 국산화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Q 국내 시스템 업체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A 국내의 산업기반이나 규모 측면에서 한 회사가 외국 메이저 기업과 같이 모듈 개발에서 시스템 공급까지 담당하기에는 힘들다. 가장 좋은 모델은 국내에서 확실히 협력 관계를 가질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시스템 기업, 부품 기업, 모듈 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레이저-IT연구센터는 이러한 네트워크의 구심체 역할을 하고자 한다. 세미나를 통해 업체 관계자들간의 상호 만남과 업계 이슈에 대한 정보 교류를 진행하고, 센터도 업체에서 필요한 정보나 동향이 있다면 해외에서라도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견인역할을 하고자 한다. 센터가 기술개발 기관이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해외 기업에서의 기술 습득이 일반 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 기술을 취합하여 업체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자 하며, 세미나와 같은 정보교류의 자리를 많이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Q 레이저-IT연구센터의 향후 목표는
A 레이저 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이나 미국 등의 발전된 기술을 최단시간 안에 따라잡는 것이 레이저-IT연구센터의 과제다. 1~2년 안에 기술력을 끌어 올리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정하여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 키워드에 대한 정보습득에도 노력하고 있다.
레이저-IT연구센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출력 레이저 다이오드 개발도 이러한 일환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산업용 레이저의 트랜드는 반도체 레이저 기반의 기술로 바뀌어가고 있다. 반도체 레이저는 효율이 좋고 수명이 길며, 사이즈가 작고 에너지 소모가 적어 각광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이 레이저 다이오드 칩이다. 하지만 개발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는 높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일반 시스템 기업이 단독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센터에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개발된 기술력을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Q 산업용 레이저 시장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A 두가지 측면에서 고민해야 될 것이다.
첫째는 기존에 잘하고 있는 산업, 즉 시스템 기업의 활성화이다. 시스템 기업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공정기술 개발 노하우를 개발하고, 서로간의 네트워크를 통한 자생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시스템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만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좀더 큰 규모의 시장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즉, 거대 중국의 제조산업이나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려 시스템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요소기술에 대해 레이저-IT연구센터에 요청하면 센터도 연구개발을 진행하고자 한다. 성과가 도출되면 다시 기업에 이전하는 등 기술 피드백이 잘 이뤄지면 진정한 경쟁력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된다.

Q 향후 계획은
A 내년에도 세미나는 1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보다는 더 나은 정보 교류와 홍보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또한 실질적인 참여 기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시 부스도 생각하고 있다.